2007년 12월 01일
OSL 8강 감상.



저녁 여섯시 반부터 열시 반까지 장장 4시간이 넘어가는 경기 끝에 네 명의 진출자가 가려졌다.


일단 진영수와 신희승의 첫번째 경기, 애초 신희승의 몰래 배럭이 들키는 순간부터 경기는 끝난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두 번째 경기에서 진영수가 멀티를 공략하는 사이 신희승은 진영수의 핵심 멀티인 중앙쪽에 병력을 집중.
커맨드 센터를 들어올리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배치된 병력이 장난이 아니라 그 후로도 센터는 장시간 내려앉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진영수 선수를 응원하던 본인이었고, 신인 때 부터 봐오던 선수라, 그의 탈락은 본인을 더 안타깝게 했다.

이 선수가 정말 순수한 노력으로 이 정도까지 올라온 선수인데, 미래는 더 있다고 본다.
오늘 경기를 발판 삼아 다음 시즌엔 4강 진입 할 수 있도록 노렸으면 좋겠다.
진땀을 흘리면서 GG를 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짠하더라.


이재호와 이제동의 첫번째 매치에서 보여주듯이, 역시 저그는 투 해처리로는 안 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투 해처리 전략은 어찌보면 올인 전략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투 해처리 뮤탈 짤짤이로 경기를 못 끝내면
거대한 바이오닉 덩어리를 막아낼 수 없다. 물론 SCV도 다수 잡았고, 뮤탈 짤짤이로 병력도 줄여주긴 했지만 심대한 타격을
주지는 못한게 패인, 재미는 재미대로 보고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더군다나 미친듯이 터렛 박아놓은 이재호의 대응도 좋았다.

두 번째 매치에서 이제동이 이재호의 플레이를 훤히 들여다보고 대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기 초반 이재호가 지상으로 날려 생산한 벌처가 저글링에 막히자 이재호느 투스타 레이스 카드를 뽑아들었다.
그러나 이제동은 지상의 팩토리만 보고도 낌새를 챈 듯, 바로 히드라 덴을 올려서 히드라를 생산, 오버로드 스피드업도 미리
끝내놓은 덕분에 레이스에게 거의 피해를 받지 않았다.

이재호는 앞마당 미네랄 멀티도 온전히 가져가지 못한채 멀티 미네랄 위쪽에
센터를 짓는 기형적인 멀티를 시도할 수 밖에 없었고, 다크스웜 안에 들어가 있는 러커 때문에 본진에 이도저도 못한 채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다, 그런 이재호가 마지막 카드로 꺼낸 것이 다수의 드랍쉽을 통한 본진 드랍.
투명테란이란 닉네임에 걸맞게 3~4기의 드랍쉽이 정찰 스커지에도 안 걸리고 잘 가는듯 했으나 마지막에 간파당하고,
곧바로 이제동은 저글링 러커를 회군, 우여곡절끝에 저그진영에 드랍한 병력을 약간의 병력 손실만으로 막아냈다.
이재호가 드랍하기 전에 이제동은 말 그대로 저글링 러커 '폭탄드랍'을 시도했고, 본진은 쑥대밭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선수가 문제가 아니라 페르소나라는 맵 자체가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앞마당 앞쪽에 다크스웜이 처져있는데, 러커 박아놓고, 저글링과 같이 견제만 하면 앞마당을 가져갈 수가 없다.
테란보고 죽으라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다.
이때까지 개테란맵이 많았으니 페르소나 하나쯤이야 하는 말이 나오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본다.
테란은 종족 특성상 맵이 조금만 테란에게 좋아도 확 테란에게 좋아지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거지, 맵 자체가 완전 사기인
경우는 2003 마이큐브 스타리그때 쓰였던 패러독스를 제외하곤 없었다.
애초 저글링 러커 나오면 테란이 앞마당 가져가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진짜 패러독스에 이어 역대 최악의 맵으로 까일듯 하다.
개인적으론 이제동 선수 팬이므로, 일단 4강 올라간 것에는 축하를 보낸다. 아무래도 이번 이제동이 일을 낼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최고로 감명받았던 김택용과 마재윤의 경기.
뭐, 떡용과 마재 둘 다 싫어하는 본인이므로(그냥 너무 잘하는 사람을 싫어하는거라 보면 됩니다) 그래도 올라간다면
최근 침체기를 맞고 있는 마재가 올라갔으면 했었다.
저번 주에 그 땡히드라 러시에 꽤나 "오오~ 드디어 스타일 연구 좀 했나?" 싶었을 뿐더러, 오늘 경기전 인터뷰에서도
"스타일 분석 철저히 했으니 이기겠다."라고 했었다.

확실히 스타일을 분석해 온 티가 났었다. 옛날처럼 쪽도 못 써보고 밀리진 않고, 나름대로 공격도 하고 했다.
그러나 진짜 김택용에게는 뭔가가 있다, 경기를 읽는 통찰력이나 그런걸로 설명이 되는게 아니라, 불리하게 간다 싶은 경기를
어느새 보다보면 김택용이 휘어잡고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송병구가 캐리어를 잘 쓴다고 하면 김택용은 커세어의 달인이다. 이제껏 그렇게 커세어를 잘 쓰는 플레이어를 보지 못했다.

첫번째 경기에서 초반 드랍으로 풀어나간다 싶던 마재윤의 경기도 커세어가 쌓이면서 판도가 바로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커세어가 날아다니면서 오버로드를 찢어버리는데 성공을 거두었고,
경기 중반내내 마재윤의 인구수는 50을 넘을까 말까였다. 오버로드가 나오는 족족 잡히니 도저히 어찌해볼 상황이 아니었다.
스포어 콜로니를 깔아도 무시하고 잡아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마재윤이 커세어에 휘둘리면서 정신 못차리는 사이 김택용은 드랍당했던 뒷마당을 재건. 인구수를 90까지 늘렸다.
셔틀 리버 닥템덕에 마재윤의 뒷마당을 날린 김택용은 뒤이어 발업 질럿과 아칸 2~3기로 마재윤을 공략했는데,
마재윤은 또 한번 더 꼰답시고 역뮤탈로 체제를 전환했다. 커세어를 다 잡아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 스타게이트에서 커세어는 금방 모이고, 게다가 아콘도 포함되어 있는 병력에 상대가 될리가 없다.
애초 패색이 짙은 저그였기에 뮤탈로 가든 히드라로 가든 경기결과는 거기서 거기였지만, 딱히 마재가 잘못한 건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택용이 너무 완벽한 운영을 펼쳤기 때문에 이긴거라 생각한다.

두 번째 경기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재윤은 이를 악물고 자기 능력의 120%를 발휘했으나,
김택용은 200%를 발휘한 듯 커세어를 이용한 플레이로 마재윤의 공격을 다 막아내다시피 했다.
12시, 본진 앞마당, 5시 멀티에 들어온 공격을 모두 막아냄과 동시에 저그의 멀티 두 곳을 박살낸
김택용의 수비능력과 공격능력은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다.

진짜 입스타를 실제 경기에서 보게 될 줄 몰랐다.
셔틀 끝까지 살리면서 다템 리버 떨구고, 질럿 4마리로 확장 깨주고, 커세어 날아다니면서 오버로드 보는 족족 잡아내고
커세어 셔틀 운용하는 거 보면 말이 안 나온다.
송병구나 윤용태도 저 4가지 중에 한두가진 할 수 있겠지만, 김택용은 입스타 일컫는 저 네가지를 동시에 해냈다.
속도는 변형태 이상이고, 컨트롤도 말이 안 나올 정도로 훌륭하다.

테란전은 검증이 안 됐지만, 정말 저그전 만큼은 김택용을 최강이라 내세우는데 아무도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어디서 이런 프로토스가 나왔는가 싶을 정도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인 이영호와 송병구의 경기.
첫번째 경기는 전혀 송병구 답지않은 경기였다. 투팩을 시도한 이영호는 바로 플토의 앞마당에 엎어지면서
다크스웜을 통해 이점을 가져가면서 멀티조차 못하게 했다.
병력이 못 나오게 본진~멀티에서 얼쩡대던 셔틀 리버는 어이없게 터렛에 맞아 리버는 내리지도 못한채 격추되고
이영호는 그대로 본진의 전 병력을 이끌고 플토를 박살낸다.
리버로 피해를 줘도 될까 말까한 판에 오히려 피해하나 못 입히고 손해를 입었으니 당연히 테란에게 승기가 기울고 말았다.

그에 반해 두 번째 블루스톰에서 치러진 경기는 리버 컨트롤의 절정을 보여준 승부였다.
초반에 2팩토리에 밀리면서 위기를 맞았던 송병구였다. 넥서스 체력이 750인데, 탱크의 포격에 체력이 1남을 정도까지 갔으나
넥서를 지켜냈다, 셔틀과 드래군 리버를 통해서 탱크 조이기를 계속 막아냈고, 멀티가 살아있던 송병구는 곧바로
스타게이트를 올려 캐리어를 4기까지 생산. 탱크와 벌처만으로 구성된 이영호의 병력을 손쉽게 잡아낸다.

오늘 송병구를 살려낸 건 리버였다고 볼 수 있다, 아니 송병구의 리버 컨트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체력 얼마 안 남은 넥서스가 파괴되었으면 이영호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을텐데, 운명의 장난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김택용의 그 눈으로 봐도 믿어지지 않을 경기가 전에 펼쳐졌는지라, 다소 흥미가 떨어진 감이 없지 않다.

오늘 네 명은 울었고 네 명은 웃었다.
4강전은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4강에서 맞붙는 이제동과 신희승은 고등학교 동창 끼리의 대결. 난 이제동의 승리를 점치겠다.
그리고 또 다른 4강전은 김택용과 송병구의 매치업이다. 곰 TV MSL 결승전의 재현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 때 송병구는 김택용에게 쪽도 못 써보고 안드로메다로 관광을 떠났던 경력이 있다.
그 경력을 감안하지 않아도, 오늘 김택용이 보여준 경기력이 쩔었다는 걸 감안했을 때 결승은 아무래도 이제동과 김택용의
결승전이 되지 않을까 한다. 덧붙여 오늘 강민 선수 닮은꼴은 꽤나 충격적이었고, 8강전에 응원온 안연홍 씨는 여전히 예쁘더라. 

by 엑시아 | 2007/12/01 00:27 | Game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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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trashformation at 2007/12/01 14:34

제목 : [OSL] EVER 2007 스타리그 8강 2주차 ..
더 높은 곳을 향해─ 그건 그렇고 저 아가씨 참 예쁘네요. (ⓒ FOMOS) A조 2경기. 신희승 vs 진영수 @ 블루스톰상대 본진에 배럭을 건설하는 신희승의 전략은 일찌감치 진영수에게 간파당한다. 덕분에 배럭스 건설도, 그에 따른 팩토리 건설도 늦어진 신희승은 불리한 상황에 처한다. 진영수는 한 번 잡은 기세를 놓치지 않고 소수 마린과 벌쳐로 압박하며 상대의 팩토리 건설, 앞마당 확장 속도를 더욱 늦춘다. 신희승은 급히 스타포트를 건설하고 레......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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